살풀이가 무엇일까 생각해본다. 살을 푼다고 살풀이라는데, 거꾸로 생각해보면 거기에 살이 있다는 얘기. 거기에 살이 있다. 왜 그런진 모르겠지만, 그렇게 싫지도 않고 오히려 다행이라는 생각이 든다. 거기에 살이 있다는 것.

살이 없는 곳에 다른 것이 있을 수 있을까. 또는, 살아가는 데 살이 없을 수 있을까. 이 때까지 그 곳에서 아둥바둥 살아왔기에, 살도 있는 것. 존재하다는 것은 이미 다른 것들과 관계를 맺는다는 것이고, 관계는 어떤 관계이던지 살일 수 밖에 없다. 누군가에게 보여진다는 것은 그의 시선을 가로막는 살이고, 숨을 쉬는 것 또한 모두의 공중으로 내뱉는 나의 살이고, 조심조심 내딛는 한걸음도 무언가를 가르고 무언가를 밟고 일어서는 살이다.

살이 없다면, 힘도 없을 것 같다. 어쩌면 죽음. 아니면 정답과 밝은 것만 가득한 세상일까. 살이 있기에, 부딪힘도 있고, 부침도 있다. 내 안에도 살이 있어, 그 살을 끄집어 내어 질문으로 만들어본다. 그 질문이 다른 살들에게 도달하는 것을 예술이라고 할까. 살이 없다면 예술도 없다.

그렇다면 살풀이는: 헌 살들은 수고했다고 달래어 보내고, 새 살들을 맞이하는 의식. 지금까지의 삶[살]은 한 매듭 잘 지어주고, 또 앞으로의 삶[살]을 예비하고 힘차게 시작하는 과정.

2017-08-04 17:03:3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