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는 당근밭이 두개다. 집 앞에 한 움큼. 10km 밖 세모밭에 한 움쿰. 초세는 집 앞에 당근이 훨씬 좋았는데, 초세가 너무 좋아서 당근 주변에는 풀도 안 나고 당근만 오손도손 있었는데, 그래서 당연히 수확도 좋을 줄 알았는데, 왠걸. 막상 캐보니 집 앞 당근은 손가락만하다.

세모밭 당근은 풀도 많고 섶도 별로여서 당근도 시시할 줄 알았는데, 워낙 좋은 밭이다 보니 제법 꽉 찬 당근이 나왔다. 땅 위로만 잘 자랐다고 땅 밀까지 튼실한 건 아니구나. 당근에게 한 방 속았다.

하지만 생각해보니, 세모밭은 자주자주 가서 부시럭부시럭 발소리를 들려준 반면, 집 앞에 밭은, 귀퉁이ㆍ모서리ㆍ얼마되지도 않는ㆍ내일해도 되는ㆍ알아서 잘 자라고 있어, 이런 느낌들로 늘 지나만 다녔었네. 문전옥답이라서 자주자주 만날 줄 알았던 농부에게 배신을 당한 것은, 오히려 당근이었던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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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첨부 이미지: carrot.gif
2016-07-14 18:34:5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