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레이시아의 제주라고 할 수 있을까. 코타키나발루에 새벽에 도착했고, 편의점표 채식컵라면과 캔맥주로 조촐한 환영식을 한 뒤에 스르르 잠이 들었다. 아침에 일어나 부스스한 비를 맞으면 동네산책 시작. 처음이라 어디서 무얼 어떻게 먹어야되는지 가장 막막한 순간. 만만하게도 인도식당이 눈에 들어왔다. 남인도 북인도 모든인도 요리를 다루는 인도식당.

인도식당에는 늘 채식메뉴가 있다. 이것저것 물어본 뒤, 아침에 먹을만한 메뉴도 추천받고 볶음밥과 추천메뉴를 시켜본다. 그 때부터 일하는 사람들이 분주히 움직이기 시작하는데, 가만히 보니 작은 식당에 일하는 사람이 10명은 되는 것 같다. 이 사람이 주방으로 들어갔는데, 저 사람이 주방에서 나오고. 어떤 사람은 행주같지 않은 행주를 들고 홀을 돌아다니면서 테이블을 조금씩 문지르고. 분명히 주방은 저 안쪽인데, 어떤 여자가 뭔가 근사한 요리가 담긴 접시를 바깥쪽에서 가지고 들어오고. 참, 이 여자분 빼고는 모두 남자사람. 그렇게 10명이 역할분담을 해서 만든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아주 간단한 볶음밥과 밀가루 전병같은 것이 테이블에 놓였다. 엄청난 MSG와 함께.

밥을 먹으면서 또 식당을 나와서, 이 사람들의 관계는 무엇일까. 가족일까? 친구들일까? 협동조합일까? 궁금해진다. 나 혼자 상상의 나래를 펼쳐보자면, 동네에서 나고 함께 자라왔는데, 어쨌든 무언가 일을 하면서 돈을 벌어야 하고, 그래서 식당을 하나 내서 수입을 만들어 조금씩 나누어 갖고. 아마도 하나의 공동체. 남인도 북인도 모든인도 공동체가 틀림없다.

여행이 지금의 삶에서 한발 떨어져 그것을 되돌아볼 수 있는 시공간이라고 한다면, 여행 첫날 내가 만난 남인도 북인도 모든인도 레스토랑의 풍경이야말로 나로하여금 많은 것을 생각하게 만들어준 하나의 사건 혹은 여행이었다. 지금 나의 삶이 분명 다양한 관계 속에 놓여 있는 것은 맞지만, 남인도 북인도 모든인도의 관점에서 보자면 여전히 각자도생의 삶이기 때문이다.

혼자 스스로 디디고 일어서는 것도 중요하겠지? 그러나 각자의 삶을 도모하는 것에 그친다면, 특히 경제적으로 그렇다면, 근본적으로는 지금 사회의 황폐함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것이 아닌가. 그렇다면 어떻게 다르게 살아야 할까? 남인도 북인도 모든인도가 던진 고민. 2017년의 출발점이다.

2017-02-26 12:34:26